걷는 동안 생각이 정리되는 이유: 집중이 아니라 여백의 문제

책상 앞에서 한 시간을 붙잡고 있어도 풀리지 않던 문제가, 잠깐 밖에 나가 걷는 동안 정리되는 경험이 있다. 특별히 집중한 것도 아닌데 오히려 답이 떠오른다.

이런 현상은 우연으로만 보기 어렵다. 여러 연구가 걷기와 사고 사이의 관계를 다뤄 왔다.

걷기와 확산적 사고에 관한 연구

스탠퍼드대학의 메릴리 오페조와 대니얼 슈워츠는 2014년 연구에서, 걷는 동안과 걸은 직후에 확산적 사고 과제 수행이 앉아 있을 때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실내 러닝머신에서 벽을 보며 걸을 때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나, 풍경 변화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제시되었다.

다만 이 연구가 다룬 것은 여러 대안을 떠올리는 유형의 과제였다. 하나의 정답을 찾는 수렴적 사고에서는 같은 방향의 결과가 일관되게 나타나지 않았다.

주의가 느슨해질 때 생기는 여백

걷기는 익숙한 동작이라 대부분 자동으로 수행된다. 그 결과 주의의 일부가 남는다. 이 상태에서 마음은 특정 대상에 고정되지 않고 여러 지점을 오가게 된다.

기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연구에서는 외부 과제에 집중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 영역들이 기억 회상, 미래 상상, 자기 참조적 사고와 관련된다고 보고되었다. 걷기처럼 부하가 낮은 활동은 이런 상태에 들어가기 쉬운 조건을 만든다는 해석이 있다.

덧붙여 걷기는 심박수를 완만하게 올린다. 이 변화가 각성 수준에 영향을 준다는 관찰도 있지만, 사고력 향상과의 인과관계를 단정하기에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걷기를 생각 정리에 쓰는 방법

먼저 목적을 나눈다.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라면 책상이 낫고, 방향을 정하거나 대안을 넓혀야 하는 단계라면 걷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걷기 전에 질문 하나를 정해 둔다.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할까" 정도의 열린 질문이 적당하다. 걷는 동안 그 질문을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 한 번 떠올린 뒤 놓아두는 편이 낫다.

떠오른 생각은 돌아온 뒤 바로 적는다. 걷는 도중 휴대폰을 꺼내면 주의가 다시 좁아지므로, 짧은 단어 정도만 남기고 정리는 나중으로 미룬다.

핀룩 해석

걷기가 생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흩어져 있던 재료들이 연결될 여유를 만들어 준다고 보는 편이 실제에 가까울 수 있다.

핀점

막혔을 때 더 붙잡고 있는 것이 항상 최선은 아니다.

핀룩 노트

걸으면서 이어폰으로 음성 콘텐츠를 듣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주의가 계속 채워져 있어 생각이 흩어질 틈이 줄어든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목적에 따라 듣는 날과 듣지 않는 날을 나눠 보는 방법이 있다.

오늘의 10분

정리하고 싶은 문제 하나를 한 문장으로 적는다. 이어폰 없이 10분간 걷는다. 돌아와서 떠오른 것을 세 줄 이내로 적는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면 그것도 그대로 적는다.

핀룩 인사이트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 상황은 정보가 부족해서일 때도 있지만, 정보를 배치할 여백이 없어서일 때도 있다.

마무리

걷기는 별도의 도구나 비용이 들지 않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다. 효과를 확신하기 어렵더라도 시도 비용이 낮다는 점은 분명하다. 10분이면 확인해 볼 수 있다.

오늘의 질문

지금 책상 앞에서 붙잡고 있는 문제 중, 잠시 놓아 봐도 될 것은 무엇인가?

자주 묻는 질문

Q. 실내에서 걸어도 효과가 있나요?
스탠퍼드 연구에서는 실내 러닝머신 조건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관찰되었습니다. 다만 개인차가 있으므로 직접 비교해 보는 편이 확실합니다.

Q. 얼마나 걸어야 하나요?
연구마다 조건이 달라 정해진 시간을 제시하기는 어렵습니다. 시작 기준으로는 10분 정도가 부담이 적습니다.

Q. 걷는 동안 계속 문제를 생각해야 하나요?
붙잡고 있으면 주의가 좁아져 오히려 확산적 사고에 불리할 수 있습니다. 한 번 떠올린 뒤 놓아두는 방식이 권해집니다.

Q. 걷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대안이 있나요?
설거지, 정리 정돈처럼 부하가 낮고 익숙한 활동도 비슷한 조건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핵심은 주의를 크게 쓰지 않는 활동인지 여부입니다.

참고문헌

Oppezzo, M., & Schwartz, D. L. (2014). Give Your Ideas Some Legs: The Positive Effect of Walking on Creative Thinking.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Learning, Memory, and Cognition, 40(4), 1142–1152.
Buckner, R. L., Andrews-Hanna, J. R., & Schacter, D. L. (2008). The Brain's Default Network.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 1124(1), 1–38.
Erickson, K. I., et al. (2019). Physical Activity, Cognition, and Brain Outcomes.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 51(6), 1242–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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