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는 한마디가 어려운 이유: 동의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다
"이번 발표 좋았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니에요, 운이 좋았어요."라고 답한 적이 있다면, 그 순간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떠올려 볼 만하다. 기쁨보다 어색함이 먼저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칭찬은 좋은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 받는 순간은 편하지 않을 때가 있다.
칭찬을 부정하는 반응은 겸손만은 아니다
심리학자 폴린 클랜스와 수잔 임스가 1978년에 기술한 가면 증후군(impostor phenomenon)은 성취를 자신의 능력으로 귀인하지 못하고 운이나 외부 요인으로 돌리는 경향을 다룬다. 이후 연구에서 이 경향은 특정 직업군이나 성별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게 관찰된다고 보고되었다.
여기에 문화적 요소도 겹친다. 겸양 표현이 예의로 자리 잡은 환경에서는 칭찬을 그대로 받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즉 부정하는 반응은 자기 인식과 사회적 규범이 함께 작동한 결과일 수 있다.
자기 이미지와 어긋날 때 생기는 마찰
자기 검증 이론(self-verification theory)을 제안한 윌리엄 스완의 연구는, 사람이 자신에 대한 기존 인식과 일치하는 피드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긍정적인 평가라도 스스로의 자기상과 어긋나면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평범하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뛰어나다"는 말은 정보가 아니라 어긋남으로 처리될 수 있다. 이때 부정하는 반응은 어긋남을 줄이려는 시도에 가깝다.
동의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방법
칭찬을 부정하면 말한 사람은 판단이 틀렸다는 응답을 받은 셈이 된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대화의 흐름은 그렇게 흐를 수 있다.
이럴 때는 평가에 동의할 필요 없이, 말해 준 행위 자체에 반응하는 방법이 있다. "그렇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는 자기 평가를 바꾸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말을 받아들이는 표현이다.
덧붙일 말이 필요하다면 구체적인 사실을 하나 더하는 것도 방법이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처럼 과정을 언급하면 과장 없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핀룩 해석
칭찬을 받는 일과 칭찬에 동의하는 일은 다르다. 두 가지를 분리하면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핀점
받아들인다는 것은 상대의 평가를 사실로 인정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그렇게 말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핀룩 노트
칭찬을 받은 뒤 곧바로 상대를 칭찬하는 반응도 자주 보인다. 균형을 맞추려는 움직임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원래의 말은 다뤄지지 않은 채 지나가기 쉽다.
오늘의 10분
최근에 들은 칭찬 한 가지를 떠올려 적는다. 그때 어떤 말로 답했는지, 그리고 "고맙습니다"로 답했다면 어땠을지 각각 한 줄로 적어 본다.
핀룩 인사이트
칭찬을 잘 받는 연습은 자존감을 높이는 훈련이라기보다, 대화를 끊지 않는 연습에 가깝다.
마무리
부정하는 반응이 반복되면 주변에서 칭찬을 건네는 빈도가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반응이 어색하다고 느껴지면 상대도 말을 아끼게 되기 때문이다. 짧게 받아들이는 표현 하나가 관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오늘의 질문
가장 최근에 들은 칭찬 중, 아직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것이 있는가?
자주 묻는 질문
Q. 칭찬을 그대로 받으면 자만해 보이지 않을까요?
"고맙습니다" 정도의 짧은 응답은 자기 자랑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담된다면 감사 표현만 남기고 평가에 대한 언급은 생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Q. 진심이 아닌 칭찬일 때는 어떻게 하나요?
진위를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내용에 동의하지 않고 말한 행위에만 반응하는 편이 편할 수 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정도로 마무리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Q. 가면 증후군은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가요?
진단 기준이 있는 질환은 아니며, 심리학에서 기술하는 경향에 가깝습니다. 다만 일상이나 업무에 지속적인 지장이 있다면 전문가와 상의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습관적으로 부정하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반사적인 반응은 한 번에 바뀌기 어렵습니다. 부정하는 말이 나온 뒤에 "그래도 감사합니다"를 덧붙이는 것부터 시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참고문헌
Clance, P. R., & Imes, S. A. (1978). The Impostor Phenomenon in High Achieving Women. Psychotherapy: Theory, Research & Practice, 15(3), 241–247.
Swann, W. B. (1983). Self-Verification: Bringing Social Reality into Harmony with the Self. Social Psychological Perspectives on the Self, 2, 33–66.
Bravata, D. M., et al. (2020). Prevalence, Predictors, and Treatment of Impostor Syndrome: A Systematic Review. Journal of General Internal Medicine, 35(4), 1252–1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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