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버릇이 생각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까
"어차피 안 될 텐데", "나는 원래 이런 거 못 해", "바빠 죽겠다". 무심코 반복하는 말들이 있다. 별생각 없이 나오는 표현이지만, 이런 말버릇이 사고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말버릇이 생각을 바꾼다는 주장은 과장되기 쉽다. 다만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다룬 연구들은, 무시하기 어려운 지점을 몇 가지 보여 준다.
언어와 사고에 관한 오래된 질문
언어가 사고를 형성하는가 하는 물음은 언어상대성 가설로 오래 논의되어 왔다. 초기의 강한 주장, 즉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견해는 현재 지지받지 못한다. 언어가 사고를 완전히 가두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약한 형태의 주장, 언어가 특정 방향으로 주의를 기울이게 만든다는 견해는 여러 실험적 근거를 얻고 있다. 언어심리학자 레라 보로디츠키의 연구들은 사용하는 언어의 특성이 색 구분이나 공간 인식 같은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했다.
반복되는 말버릇이 만드는 것
말버릇의 영향은 문법 구조보다 반복과 관련이 깊을 수 있다. 같은 말을 반복하면 그 표현에 담긴 해석이 자동으로 떠오르기 쉬워진다. "어차피 안 될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하면, 상황을 볼 때 실패 가능성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식이다.
이는 특정 생각이 자주 활성화될수록 접근하기 쉬워진다는 인지심리학의 관찰과 연결된다. 말은 생각을 밖으로 꺼내는 통로이면서, 동시에 그 생각을 다시 안으로 들이는 입구가 되기도 한다.
말버릇을 점검하는 방법
먼저 자주 쓰는 말을 관찰한다. 하루 동안 반복한 부정적 표현을 몇 개만 적어 본다. 바꾸려 하기 전에 무엇을 반복하는지 아는 것이 먼저다.
다음으로 단정을 여지로 바꾼다. "나는 못 해"를 "아직 익숙하지 않다"로, "어차피 안 돼"를 "이번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로 바꾼다. 억지로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닫힌 표현을 열린 표현으로 옮기는 것이다.
끝으로 무리하게 고치지 않는다. 말버릇은 오래 쌓인 것이라 한 번에 사라지지 않는다. 나온 뒤에 알아차리고 다시 말해 보는 것만으로도 시작이 된다.
핀룩 해석
말이 생각을 만든다기보다, 자주 쓰는 말버릇이 어떤 생각을 꺼내기 쉽게 만든다고 보는 편이 실제에 가까울 수 있다.
핀점
무심코 하는 말은 생각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다음 생각의 재료가 된다.
핀룩 노트
부정적인 말버릇을 지적받으면 방어적으로 반응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남이 고쳐 주기보다 스스로 알아차릴 때 바꾸기가 수월한 편이다.
오늘의 10분
오늘 자주 한 말 중 부정적인 표현 두세 개를 적는다. 각각을 단정이 아닌 여지 있는 표현으로 바꿔 옆에 적어 본다.
핀룩 인사이트
말버릇을 바꾸는 일은 성격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자주 지나는 길을 하나 새로 내는 일에 가깝다.
마무리
말 한마디로 사고가 뒤바뀌지는 않는다. 다만 반복되는 말버릇은 생각이 지나는 길을 조금씩 다지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떤 말을 자주 쓰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방향을 살펴볼 여지가 생긴다.
오늘의 질문
내가 하루에 가장 자주 하는 말은 무엇이고, 그 말은 어떤 생각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가?
자주 묻는 질문
Q. 긍정적인 말을 반복하면 정말 효과가 있나요?
억지스러운 긍정 확언의 효과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자기상과 크게 어긋나는 확언은 오히려 반발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단정을 여지로 바꾸는 정도가 더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Q. 말버릇을 바꾸면 성격도 바뀌나요?
말버릇을 바꾼다고 성격이 바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자주 떠올리는 해석의 방향이 조금 달라질 여지는 있습니다.
Q. 부정적인 말을 아예 안 하는 게 좋은가요?
모든 부정적 표현을 없앨 필요는 없습니다.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과, 상황을 반복해 단정 짓는 것은 구분해서 보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Q. 혼잣말도 영향을 주나요?
소리 내지 않는 혼잣말도 반복되면 비슷한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겉으로 하는 말뿐 아니라 속으로 반복하는 말도 함께 살펴볼 만합니다.
참고문헌
Boroditsky, L. (2001). Does Language Shape Thought? Mandarin and English Speakers' Conceptions of Time. Cognitive Psychology, 43(1), 1–22.
Higgins, E. T. (1996). Knowledge Activation: Accessibility, Applicability, and Salience. Social Psychology: Handbook of Basic Principles, 133–168.
Wolff, P., & Holmes, K. J. (2011). Linguistic Relativity. WIREs Cognitive Science, 2(3), 253–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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